유쾌하고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가 펼쳐진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연출 김희원, 극본 박재범)가 안방극장에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깨부수는 빈센조식 응징법이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자극하고 있는 것. 다크 히어로와 빌런은 살벌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다. 그 가운데 악당들의 혼을 쏙 빼놓는 빈센조(송중기 분)와 홍차영(전여빈 분)의 팀플레이도 진화하고 있다.
다크 히어로 ‘빈센조’의 정의구현은 시작부터 달랐다. 금을 차지하기 위해 금가프라자를 지켜야만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뜻밖에 ‘히어로’로 떠오른 그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빌런의 카르텔과 엮였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변종 빌런들과 마주한 빈센조는 이들과 맞서려는 홍유찬(유재명 분) 변호사에게 “이 사람들은 장사꾼들이 아니라 괴물이다. 변호사님은 절대 괴물을 이길 수 없다”라며 막다른 골목을 만났을 땐 그곳을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이미 바벨그룹은 법조계, 정재계, 언론과 유착해 자기들만의 견고한 성을 지어놨고, 홍유찬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을 이길 만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홍유찬의 죽음 이후 직접 판에 뛰어들었다. 자신을 건드린 바벨과 로펌 우상을 그냥 둘 수 없었던 빈센조. 그는 홍차영과 함께 다각도로 빌런들을 압박해가며 복수를 펼쳤다. 그리고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 빌런들에게는 다크 히어로들의 창의적이고 변칙적인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마침내 빌런의 카르텔에는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빈센조는 교묘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들에게 ‘악당의 방식’으로 응수했다. 그는 자신을 ‘정의’라 칭하지 않는다. 마피아가 정의의 사도인 척한다며 비아냥대는 장준우(옥택연 분)에게 빈센조는 “정의의 사도는 무슨, 난 쓰레기 치우는 쓰레기야. 난 나보다 더 악취 나는 쓰레기가 옆에 있으면 도저히 참지를 못하겠거든”이라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빈센조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진짜 괴물이 나타나서 법이고 뭐고 나쁜 놈들을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임을 알았던 홍유찬처럼, 모두가 괴물을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빈센조’라는 진짜 괴물의 등장은 통쾌함을 안겼다. 신박한 묘수로 빌런의 뒤통수를 치는가 하면, 적의 적을 공격해 허점을 찾아내고, 변신도 마다하지 않으며, 결정적인 순간 마피아 본능을 깨워 살벌한 복수를 벌이는 빈센조. 냉온탕을 오가는 그의 다이내믹한 활약은 보는 이들에게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비록 그의 방식이 비현실적이라 느껴질지라도 시청자들은 그의 활약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당한 만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빈센조의 방식은 금가프라자 세입자들마저 ‘짱돌’을 들게 했다. 바벨건설에 매번 당하기만 하던 이들은 빈센조를 따르며 ‘서민 히어로’로 거듭났다. 빈센조와 홍차영, 금가프라자 패밀리의 팀플레이가 시작되면서 유쾌하고 날카로운 블랙코미디의 맛은 극대화됐다. 금가프라자 패밀리들이 부조리한 세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에 맞서는 과정에서 빌런 카르텔을 향한 신랄한 풍자가 곁들여진 것. 이들의 활약이 거침없어질수록, 무자비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승승장구하는 빌런 세계의 작동 방식이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이제 금가프라자 패밀리는 자신들이 가진 ‘짱돌’의 힘을 깨달았다. 스스로 악과 맞서게 된 이들의 뭉클하고도 유쾌한 성장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들의 선두에는 빈센조가 있다. 그는 정의의 사도가 아닌 악당이다. 하지만 부조리한 세상에서 우리가 한 번쯤 꿈꿔보는 ‘다크 히어로’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방송에서는 ‘라구생 갤러리’에 위장 잠입한 다크 히어로들이 장준우의 페이퍼 컴퍼니에 관한 증거를 획득하며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빈센조를 없애려는 빌런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최명희(김여진 분)는 이탈리아에 있는 빈센조의 적, 파올로에게 연락해 마피아 킬러들을 보내게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빈센조의 모습은 앞으로의 전개에 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빈센조’ 15회는 10일 밤 9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