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은 두 연인의 말다툼이다. 꽤 오래 만난 것으로 보이는 미주(정이서)는 현수(김희찬)에게 요즘은 영화 작업을 잘 안하는 것 같다고 하고,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현수는 날카롭게 반응한다. 권태기 혹은 아직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의 다툼이다.
여러 청춘 멜로물이 그렇듯 < 7월7일 > 또한 그 당시 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상대의 모자란 부분의 충돌이 주요 갈등 요소다. 영화 동아리에서 나름 재기발랄한 단편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현수는 졸업 후 본격적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지만 여의치 않다. 현수의 영화에 우연히 캐스팅된 후 연인이 된 미주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 콜센터 업무를 보다 그만두게 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사회적으로 그 위치가 불안한 청춘에게 연애란 과연 사치품에 불과한 것일까. 두 인물의 갈등에 그런 물음을 던져볼 수 있겠다. 서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상처를 주는 현실은 두 사람에게 괴롭기만 하다.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누군가의 이해와 포용이 아닐지. 그러기 위해선 자기객관화와 용기가 필요할 법하다. 영화에서도 결국 등장인물 서로가 용기를 내고, 그간 보지 못했던 마음을 보게 된다.
영화 < 7월7일 >은 만남과 이별, 함께 혹은 따로 일상을 보내는 연인을 교차 제시한다. 매년 여우비가 내리던 7월 7일을 미주는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고, 그 기억을 공유한 현수 역시 이별한 뒤에도 7월 7일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미주와 현수, 그리고 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던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연인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넌지시 전하는 식이다. 이미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됐기에 그 진심은 미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주요한 매개체가 바로 현수의 단편 영화다. <육교 위를 뛰는 남자>라는 제목의 단편은 실제로 < 7월7일 >의 손승현 감독이 학부생 때 만든 단편 제목과 같다. 미주라는 사람을 처음 만나게 한 이 단편이 현수의 추억이자 과거였는데 이별 이후 다시금 재편집 해 미주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눈물을 짜내거나 어떤 강한 감동을 주기 위한 장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영화 말미 현수에게 특정 사건이 생기긴 하지만 크게 자극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캐릭터의 감정 흐름은 흐트러지지 않고 잘 전달되는 편이다.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꽤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정이서, 김희찬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로 이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