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김소연이 친정 어머니의 ‘역겹다’는 모진 비난의 이유를 가슴 깊이 깨달았다. 엄마가 돼보니 알게 된 엄마의 서글픈 시간에 사무친 묵음 오열을 쏟아낸 그가 전국의 딸들도 울렸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 연출 조웅) 3회 시청률은 수도권 5.1%, 전국 4.6%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이날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불만을 품은 듯한 낙서 테러를 당하고 충격에 휩싸인 한정숙(김소연)은 친정 어머니 이복순(강애심)의 모진 말로 인해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남편 권성수(최재림)는 바람을 폈고, 아들 민호를 홀로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엄마의 위로가 아니었다. 복순은 되레 “더럽고 역겨운 물건 파는 일이 권서방 바람보다 더 기가 막히다”며 정숙의 가슴을 할퀴었다. 게다가 이런 일 하려고 밤마다 쏘다닌다면, 더 이상 아이도 봐줄 수 없다며 등을 돌렸다.
그 와중에 박미화(홍지희)의 불륜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박인태(심완준)가 “아내의 생일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며 정숙에게 방문판매를 부탁했다. 아이도 안 생기고, 부부생활에 흥미도 잃은 것 같으니 성인용품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인태의 속 깊은 마음을 보며, 정숙은 더욱 비참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잡기 어려운 방판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정숙은 인태가 민호까지 봐준다고 나서자, 마음을 다잡고 ‘프로페셔널’하게 방판을 마쳤다.
그런데 그 사이 일이 터졌다. 극장에 간 인태가 팝콘을 사러간 사이 민호가 사라진 것. 정신없이 애타게 아들을 찾아다니던 정숙은 민호의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복순을 마주쳤다. 그녀는 “내 딸이 그런 천박한 물건 팔고 다닌다 생각하면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에미답게 행동하라”며 또다시 모질게 생채기를 냈다. 속이 문드러진 정숙도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안 그래도 미칠 것 같은 사람한테 모진 말만 골라 퍼붓는 엄마는 엄마다운 거냐”고 악을 쓴 것이다.
다행히 실종 신고를 받고 정숙과 동행했던 형사 김도현(연우진)의 기지로 민호는 무사히 찾았다. “아빠를 보고 싶어 했다”는 정숙의 말에 힌트를 얻은 그의 추리대로, 민호는 성수의 전 직장이었던 고추장 공장 앞에서 발견됐다.
한바탕 폭풍우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정숙에게도 드디어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는 날이 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대망의 첫 월급날, 두둑한 봉투를 받아 든 정숙은 서영복(김선영)과 함께 제일 하고 싶었던 쇼핑에 나섰다. 정숙은 남자 아이 책가방을, 영복은 큰딸이 공부할 튼튼한 나무 밥상을 가장 먼저 구입했다. 그렇게 두 손에 한아름 반찬거리에 민호 간식까지 산 정숙은 우두커니 어딘가를 보는 복순을 발견했다. 옷가게에서 나오는 아버지와 화려한 차림새를 한 그의 ‘첩’이었다.
정숙은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엄마를 찾아가 우산을 씌워줬다. 그제야 복순은 정숙을 모질게 대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복순이 정숙의 나이였을 때, 돈 벌러 서울 갔던 남편이 여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시절, 자신만 겪는 일도 아니었으니, 마음을 잡아보려 했지만, ‘내 새끼’ 옷 위로 화려한 속옷 빨래를 던져 놓는 것까지는 견딜 수 없었다. 그 길로 집을 나온 복순은 정숙 남매를 홀로 키웠다. 복순도 정숙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모르지 않았다. 모진 말을 내뱉고는 마음도 미어졌다. 하지만 ‘내 딸’이 그 여자가 입을법한 속옷이나 판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정숙은 첫 월급으로 산 고운 원피스를 복순에게 건넸다. 그녀만의 사과이자, 이제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당신을 위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정숙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무거운 슬픔을 짊어지고, “엄마니까 괜찮다”며 흘려버린 그 세월이 얼마나 외롭고 서러운 시간이었을지, 엄마가 돼보니 사무치게 아픈 정숙이었다.
‘정숙한 세일즈’ 4회는 20일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