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이보영이 그토록 성공에 집착했던 이유가 드러났다. 돈과 성공에 미친 ‘돈시오패스’라는 오명과 달리 “사람들한테 버림받을까, 잊힐까 두려워서” 애써 웅크리고 감춰왔던 상처를 드러내며 시청자의 마음도 짠하게 물들였다. 시청률은 수도권 9.3%, 전국 8.9%를 기록, 최고 10.4%까지 상승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가 회를 거듭하며 안방극장을 스릴러보다 더 쫄깃한 긴장감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물들이고 있다. VC기획의 대표 자리를 두고, 예측 불가 파격 전략을 펼치는 제작본부장 고아인(이보영)과 사내 정치 9단으로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의 치열한 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 지난 방송에서는 새로운 SNS본부장 강한나(손나은)가 VC기획에 첫 출근하면서 판도를 뒤흔들 태풍을 예고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 가운데 고아인이 이렇게까지 성공에 집착하는 아픈 이유가 밝혀졌다. 엄마에게 버려졌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정신의학과 주치의 오수진(신수정)은 약 먹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고아인에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바로 용서였다. 고아인은 7살 때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떠올렸다. 그리고 금방 온다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 한번 없는 엄마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용서의 대상은 엄마가 아닌 바로 “문 꽉 닫고 혼자 웅크리고 있는” 고아인 자신이었다. “콤플렉스에서 발현된 피해의식에 쩔어서, 상처받은 여중생처럼 마음 열면 다칠까 봐 꽁꽁 싸매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서도, 사람들한테 버림받을까, 잊힐까 두려워 일과 공부에 사력을 다해 매달리는 네 안의 그 여자를 용서하라”는 것. 생각지도 못한 순간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본 절친의 팩트 폭격은 단단하게 철벽을 쌓고 드러내지 않았던 고아인의 아픈 상처와 약한 마음을 건드렸다. 한 번도 타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없었던 고아인이 쏟아낸 눈물은 시청자의 눈물샘도 자극했다.
오수진의 진단대로, 고아인은 어린 시절부터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스스로를 방어했다. 소풍 가서 함께 도시락 먹자는 수진에겐 자신이 가져온 초라한 도시락을 들이밀며, “이걸 같이 먹는게 가능하냐. 불쌍한 애한테 잘해주면 네가 좋은 사람 된 것 같아 기분 좋아지냐”며 일부러 독하게 밀어냈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날 싫어하게 될까, 언젠가 버리고 떠날까”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고아인을 버린 엄마, 서은자(김미경)는 어려운 살림에도 그녀의 인터뷰 영상을 수시로 보기 위해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꾸는 등 딸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누군가 옆을 지나가면 소스라치게 놀라 걸음을 멈추고, 집의 현관문에도 여러 개의 잠금 장치를 설치해 두는 등 극도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돼, 과연 이들 모녀에게 어떤 과거 사연이 있었는지 의문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대행사’는 고아인이 살벌한 광고대행사에서 최초를 넘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투극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고아인의 성장극이기도 하다. 사내에서도 실력만으로 혼자 싸워오던 그녀가 제작2팀과 함께 팀플레이의 재미를 알게 되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보다 때로는 사람들과 회식하는 자리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런 고아인에게 엄마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가 ‘엄마’라는 ‘숙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