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분장실'이 오는 8월과 9월, 각각 여자배우 버전과 남자배우 버전으로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개막한다.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淸水邦夫)’ 작고 이후 첫 해외 공연이다.
'분장실'은 올해 4월 타계한 일본의 유명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1977년 초연 이후 일본에서 누계 상연횟수가 가장 많은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2009년에는 일본의 국민 배우 코이즈미 쿄코ㆍ아오이 유우ㆍ무라오카 노조미ㆍ와타나베 에리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 시대를 반영하는 연극, 그리고 그런 연극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 각지에서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은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무대에 대한 배우들의 열정과 배역에 대한 갈망, 삶에 대한 회한을 그린 희비극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겪은 4명의 배우들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체호프의 ‘갈매기’와 ‘세 자매’ 등 고전 명작의 주요 장면을 연기하며 각자의 사연을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여자 배우 버전과 남자 배우 버전으로 서로 다른 매력의 두 가지 무대를 예고해 더욱 눈길을 끈다. 두 버전 모두 원작의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동시대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모든 삶에 대한 위로와 애도, 희망의 정서를 담고자 했다. 오는 8월에 먼저 선보이는 여자 배우 버전은 신경수가, 이어 9월 개막하는 남자 배우 버전은 오세혁이 연출로 참여한다.
제작사 T2N미디어는 이 작품에 대해 “(무대) 막 뒤에 선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열망하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힘든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찬란하게 살고 싶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을 통해 나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작품이 무대 뒤 분장실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인 만큼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총집합했다.
주로 프롬프터를 하거나 남자 단역을 맡아 여자 역에 대한 로망이 있는 ‘A’ 역에는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서이숙과 정재은이 더블 캐스팅 됐다. 두 사람은 극중 자신의 연기에 자신감이 없지만 진지하고 매력적인 연기톤을 가진 ‘A’ 역을 선보일 예정이다.
‘갈매기’의 니나 역에 대한 갈망이 크고 호기심과 애교가 많은 ‘B’ 역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 배종옥과 황영희가 나눠 맡는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오랜 세월 분장실을 지켜온 ‘A’와 ‘B’는 공연을 준비하는 ‘C’를 보며 자신들의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여기에 연극 ‘와이프’, 드라마 ‘미씽 : 그들이 있었다’, ‘비밀의 숲2’의 손지윤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드라마 ‘화양연화’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우정원이 극중극 ‘갈매기’의 니나 역을 맡고 있는 ‘C’ 역으로 분한다. ‘C’는 분장실에서 끊임없이 대사를 암기하며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