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의 이보영, 이청아, 이무생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각자의 빛을 발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JTBC 토일드라마 - 쿠팡플레이 시리즈 '하이드'(이희수·최아율·황유정 극본, 김동휘 연출)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나문영(이보영), 하연주(이청아), 차성재(이무생) 세 사람의 꼬인 관계도가 하나둘 드러나고, 인물들의 입체감이 도드라지면서 '하이드'만의 매력에 홀린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문영의 검사 시절 별명은 '울버린'이다. 평소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날을 세우는 울버린처럼 나문영도 적재적소에 발톱을 드러내 상대를 공격한다. 나문영은 남편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기 위해 하연주의 수하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만큼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전개. 하지만 차성재가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문영은 발톱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문영은 남편의 죄를 좌시하지 않고 자수를 권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직접 경찰을 불러와 차성재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웠다. 익숙한 클리셰를 깨부수는 시원한 전개였다. 남편의 불륜을 목도했을 때도 마찬가지. 충격에 빠져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차로 돌진해 통유리를 박살내고, 이어 골프채까지 휘두르며 남편 차성재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에서 돌변해 가차 없이 상대를 베는 '울버린' 나문영이 하연주의 덫에 걸린 후, 어떤 방식으로 맞설지 궁금증을 더한다.
하연주는 물음표투성이다. 다정한 이웃집 선생님이 조용하지만 섬뜩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던 순간, 새로운 빌런의 탄생을 알림과 동시에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직접적인 무력이 없더라도 말로써 능수능란하게 상대를 협박하고, 꼼꼼하게 설계한 판에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비선 실세. 한 기업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고 배짱까지 두둑한 새로운 여성 빌런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차성재와 내연 관계가 드러난 후, '고작' 사랑 때문에 한 가정을 짓밟는 빌런이었나 싶은 실망과 의구심은 오래지 않아 사그라졌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문영의 부친이 등장한 8회의 엔딩은, 하연주의 목표가 돈이나 사랑이 아닌 오직 나문영을 부수기 위해 달려온 것처럼 그려졌다. 친부를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나문영을 뒤로 한 채 걸어 나오는 하연주의 비릿한 냉소는 모든 것이 하연주의 계획임을 추측하게 했다. 영화 '올드보이' 속 이우진(유지태)처럼 하연주도 몇 십 년을 기다라며 나문영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 것일까? "나한테 죄를 지었잖아. 벌을 받아야지." 나문영과 하연주의 복잡하게 엉킨 악연의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 끝은 어디로 향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차성재의 서슬 퍼런 눈빛을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함이 묻어난다. 나문영에게 자신의 영상을 보낸 사람이 하연주라는 사실에 곧장 달려가 죽일 듯 하연주의 목을 조르는 악당. 하지만 그 후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준 하연주에게 다시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 바로 응징하는 동시에, 득이 되면 바로 품는 다분히 계산적인 인물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나문영에게 불륜을 들켰을 때도 마찬가지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나문영을 몰아세우고는, 떠나는 나문영을 향해 결혼 반지를 빼서 던진다. 자동차에 '팅!'하고 볼품없이 튕겨져 나오는 장면과 분노에 가득 찬 차성재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그의 지질함이 더 부각됐다.
차성재의 괴랄한 성격은 딸과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의 온도차에서도 느껴진다. 봄(조은솔)이에게 한없이 자상한 아빠인 그는 긴박한 도피 계획에 딸의 미래를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반면 친모(남기애)에겐 불효막심한 아들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흉악 범죄에 가담시키면서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악랄하고 괴랄한 차성재가 앞으로 나문영과 하연주 사이에서, 또 어떤 예측불허한 모습을 쏟아낼지 흥미를 돋구었다.
한편, '하이드'는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 에 JTBC에서 방송된다. 쿠팡플레이에서는 밤 10시 선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