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 드라마 '오아시스'(극본 정형수, 연출 한희)는 고전적인 클리셰들이 가득한 드라마다. 여자 주인공과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의 삼각 로맨스, 두 남자 주인공이 사실은 형제였다는 출생의 비밀 등 이미 많이 다뤄졌던 설정들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익숙한 설정은 시청자들이 편하게 드라마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투적이고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장동윤, 설인아와 함께 '오아시스'의 중심축을 이루는 추영우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다.
'오아시스'에서 추영우가 맡은 최철웅은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추영우의 연기도 달라진다. 정신(설인아)을 만나기 전까지는 두학(장동윤)과 남다른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정신이 자신이 아닌 두학을 택하자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시작된다. 속으로는 두학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 철웅은 이를 계기로 점차 흑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자 순식간에 두학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은 심히 애처로웠다.
두학이 철웅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을 다녀온 뒤, 상황은 급변했다. 두학은 불법적인 일에서 손을 떼고 정신의 마음마저 얻으며 일과 사랑을 모두 잡았다. 이런 두학을 바라보는 철웅은 심한 질투심과 열등감에 휩싸인다. 또한 엄마 강여진(강경헌)은 황충성(전노민)과 재혼을 결심하며 철웅을 충성의 아들로 둔갑시킨다.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철웅은 냉정하게 이를 이용하며 두학을 정리하려 나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상황과 인물을 마주할 때마다 추영우는 팔색조 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최철웅은 추영우가 연기했던 '경찰수업'의 박민규가 오버랩된다. 그러나 최철웅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학교 2021'에서 묵묵하고 한결같던 정영주를 연기했던 추영우는 '오아시스'에선 반대로 감정적이고 변화무쌍한 최철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과 '오아시스' 모두 KBS에서 방송됐다. 추영우와 KBS와의 인연은 '오아시스' 제작발표회에서도 드러났다. 연출을 맡은 한희 감독은 "추영우에 대해서 잘 몰랐다. 많은 KBS 관계자들이 추영우를 추천해서 만났다. 만나니 왜 권유했는지 알게 됐다. 바로 같이 하자고 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KBS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수준이다. 추영우 역시 "제 첫 미니시리즈(경찰수업), 첫 주연작(학교 2021)이 KBS였는데 첫 시대극도 KBS라 영광이고 뜻깊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렇 듯 벅찬 마음으로 '오아시스'에 출연한 추영우는 탁월한 연기로 믿음에 보답했다.
'오아시스'의 주연 3인방 중 가장 어린 추영우는 배우 경력도 가장 짧다. 92년생 장동윤은 2016년에 데뷔했고 96년생 설인아는 2015년에 데뷔했지만 99년생 추영우는 2021년에 데뷔해 이제 갓 3년 차를 넘겼다. 또한 전노민, 김명수, 강경헌, 박원상 등 추영우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은 더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 자칫 잘못하면 주변 배우들에게 휩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재의 참신함이 부족한 '오아시스'가 주연 배우까지 흔들린다면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추영우는 '특급기대주'답게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장동윤과 설인아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오아시스'를 선택했다면 추영우는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오아시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추영우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며 선택의 이유를 증명했다.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추영우지만 아직 보여줄 모습이 더 남아있다는 점이 기대를 모은다. 철웅이 가진 진짜 출생의 비밀은 친아버지가 두학의 아버지 중호(김명수)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충격을 받아온 철웅이지만 진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아직 정신을 포기하지 못한 철웅이 끝내 정신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남아있다.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오아시스는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다. 앞으로의 남은 여정을 단단히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추영우의 '오아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오아시스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음을 보여준 추영우는 앞으로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추영우의 활약을 더욱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